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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앱 개발하는 이야기

성적표가 필요해

공백..

 

 

1. 하루가 다르게 목표가 바뀐다. 눈 앞의 일에 집중하기 힘들다. 자꾸 이것저것 시도하다가 흔들리고 만다. 나는 일을 잘 벌이는 편인데, 새로운 일 열 개를 시작해놓고 나중엔 하나 해결하는 것도 허덕인다. 내가 가는 길에 확신이 없어서 그렇다. 내가 지금 어느 단계에 와있는지 누가 등급을 매겨줬으면 좋겠다. 성적표가 그렇게 싫었는데, 이젠 보고싶다. 

 

 

 

 

2. 요새 '밀리의 서재'라는 앱에 푹 빠져있다. 첫달 무료를 만끽하는 중이다. 아마 결제할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앱 사용자를 늘릴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마케팅, 브랜딩 분야를 팠다. 한달동안 읽은 7권의 책 중 마케팅, 브랜딩 관련 책이 4개다. 읽고 있는 책까지 포함하면 마케팅 관련 책 6권을 읽었다. 유투브로는 '뭐해먹고살지?'를 즐겨보고, 심심하면 구글에 '마케팅'을 검색하곤 한다. 저번주에 산 노트에 벌써 필기가 빼곡하다. 문제는 계획은 수두룩한데 실천으로 이어지는 건 0에 수렴. 마케팅을 파면 팔수록 자신감이 떨어진다. 자꾸 방향과 나 자신을 의심한다. 앱 개발자가 개발만 잘하면 됐지 라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론 사용자 많은 앱을 갖고 싶은 욕심에 자꾸 마케팅을 파고...앱이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아직 모르겠다. 성공해본 적이 없으니까..

 

 

 

3. 앱을 이대로 방치하긴 싫다. 그런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도 모르겠다. 앱을 개발할 땐, 이 앱이 잘되면 본격적으로 창업해야지~라고 생각했었다. 뭣도 모르는 생각이었다. 볼수록 보완할 점이 하나둘 보인다. 때문에 내새끼지만 부족한 점만 보이니까 실행하기가 싫다. 기능 하나 고치려고 하면 내가 짠 코드라도 자세히 뜯어봐야 한다.

 최근에 앱 리뷰창을 추가하려고 했다. 리뷰 창을 띄우는 건 간단하지만, 그걸 언제 어느 타이밍에 띄우느냐가 관건이었다. 내가 했던 튜토리얼에선 아주 간단하게 버튼을 세번 클릭하면 띄우도록 설정했지만, 실제 내 앱에서 띄울 타이밍을 찾으려니 만만치 않다. 사용자가 내 앱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나서 리뷰해주세요~하고 싶은데 몇분 사용하는지도 모르겠고. 그렇다고 설치하자마자 리뷰해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말이 안되고. 프로젝트 어디에 그 기능을 넣을지 보려면, 또 프로젝트를 전부 살펴봐야하고. 심지어 코드는 짬뽕됐고! 기존 프로젝트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한다는 건, 내가 말도 안되게 풀어놓은 수학문제를 보면서 틀린 부분을 찾는 것과 같다. 정말 보기 싫단 얘기다. 수학은 답이라도 있지, 이건 답도 없다.

 같이 자기 앱 유지보수하는 스터디가 있으면 좋겠다. 아니면 자기 앱 마케팅하는 스터디나. 

 

 

4. 결국 내가 잘 해나가고 있는지 확인이 안되서 불안하다. 자꾸 다른 길로 새게 된다. 정해진 공식대로 살다보니 수많은 갈래길에서 사정없이 흔들리고 있다. 그래서 성적표가 있었으면 좋겠다. 너는 10단계 중 3단계야 라는 말을 들으면 나머지 7단계를 위해서 고민하고 노력할텐데. 성적표에서 벗어난 삶이 이렇게 불안할 줄 몰랐다. 재미는 아주 짧은 순간만 찾아온다. 나머지는 지난한 버팀과 인내의 과정이다. 성적표에 길들여진 내가 과연 이 길을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